고갤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삼신기에 대한 전설을 접해봤을 것이다.
천랑열전-마그나카르타-포가튼사가...
기대했던 타이틀이지만 무수한 버그와 저질 게임성 때문에 구매하고 피를 본 많은 사람들덕분에 위의 세 타이틀은 (똥게임) 삼신기라는 불명예스런 이름으로 불려왔다. 심지어 버그때문에 실행조차되지 않는 미완성 게임이라니. 이런걸 돈 받고 팔았으니 쌍욕을 쳐먹어도 제작사는 할 말이 없을 텐데.
거기다 구매한 사람들을 실망시켰던 포가튼 사가의 잡지 번들 제공 사건. 수많은 유저들은 치를 떨었다.
세가지 게임 중 포가튼 사가에 초점을 맞춰보자.
많은 사람들이 버그덩어리 게임이라며 비난을 아끼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아직 포가튼 사가를 즐기는 유저들이 많으며 유저패치가 꾸준히 올라와 밸런스를 맞추는 노력이 이어지는 등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이미 제작사가 손을 놓아버린 수명 끊긴 게임에 이렇게 많은 사랑이 이어지는 것은 경이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으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무엇인가?
비록 버그로 인해 많은 유저들의 원성을 샀지만 제작자에 의한 최종 패치(패키지의 로망 버전 패치)와 유저패치로 많은 버그들이 해소된 가운데 즐기는 포가튼 사가는 상당한 재미를 보장하며 한 번 클리어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많은 컨텐츠가 있다는 사실이다.
나도 도스판과 번들판, 패키지의 로망판을 즐긴 유저로서 버그를 차치한다면 포가튼 사가는 국내 게임 중에서도 손꼽을만한 재미와 볼륨을 가진 수작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그럼 찬찬히 수작으로 꼽을 수 있는 게임의 장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남기는 단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1. 다양한 방향을 제시하는 캐릭터 메이킹 시스템
뉴게임을 시작하면 우선 유저의 아바타인 주인공과 동료들의 이름과 능력치를 설정할 수 있다. 남,녀를 기본으로 인간, 엘프, 호빗, 드워프의 4종족과 전사, 기사, 팔라딘, 클러릭, 시프, 메이지, 싸울아비의 7가지 직업(파/메와 시/메의 듀얼클래스도 있다.)으로 조합가능한 다양한 동료의 조합으로 마음대로 파티 구성을 해서 모험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유저에게 한 번 게임을 클리어하더라도 다른 조합을 통해 또 다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욕구를 불러일으킬뿐만 아니라, 힘든 조합이나 쉬운 조합을 통해 도전 플레이나 무난한 플레이를 제공한다.
2. 여러 게임의 장점을 따 온 게임 시스템
처음 게임을 플레이했을 땐 몰랐지만 나이먹고 여러 게임을 플레이해 본 결과 느꼈던 게임의 특징 중 하나.
크게 두 가지의 게임을 들어보자
(1) 발더스게이트를 위시한 DnD류 게임.
놀랍지 않나? 뭔 개소리야 씨발럼아!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설명을 듣다보면 그럴 듯 한데? 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우선 퀘스트를 통해 경험치를 얻는 시스템. 기존의 jrpg나 국산 rpg들을 플레이 해보면 경험치를 얻는 방법은 단지 전투를 통해 적을 쓰러뜨렸을 때뿐이다(내 좁은 게임 경험과 당시 상황을 비춰봤을 땐).
하지만 포가튼 사가에서는 무식한 경험치 바를 채우려면 쥐꼬리만한 경험치를 주는 전투로는 어림없고, 퀘스트들을 클리어해서 얻는 많은 경험치를 통해야만 무난히 레벨업을 하고 제대로 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발더스게이트나 토먼트 같은 서양식 rpg를 해 본 유저라면 충분히 이해하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방식과 아이템 강탈 이벤트가 겹쳐 많은 유저들이 포가튼 사가의 참맛을 느끼기도 전에 떨어져 나간 경우가 많았을 거라고 본다. 튜토리얼이나 제작진의 설명이 첨가되었다면 하는 아쉬운 부분.
str, con, dex, int 같은 기본 스탯들과 wc, ac들은 솔직히 rpg 게임들이라면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항목들이므로 옆으로 제쳐놓고, 능력치를 결정할 때 주사위를 굴리고 직업들의 종류와 듀얼클래스의 존재 또한 DnD를 해본 사람들에겐 익숙한 부분. (물론 흉내내기에 그쳤다고 볼 수 있지만)
(2)드래곤 퀘스트3의 파티메이킹.
동료까지 메이킹하는 시스템이 기억나는 게임이 드퀘3밖에 없음(어디까지나 당시에..). 이건 대충봐도 감이 오는 항목이고 장점은 1에서 설명해놨으니 넘어가자.
3. 직업간의 특색
이건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인데 직업의 특색은 잘 구분지어 살려놨지만 밸런스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선 장점만 살펴보자.
포가튼 사가의 꽃은 싸울아비가 아닐까. 파판6의 매슈의 커맨드가 기억나는가? rpg게임에서 생소했지만 매력적인 부분으로 작용했던 필살기의 존재. 드퀘3의 스탯 고저로 구분지어 놓은 무도가가 아니라 전투에 활용가능한 스킬을 부여한 싸울아비는 충분히 매력적인 직업이다.
그리고 던전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시프. 디텍트와 언락이라는 스킬로 파티에 도적이 있다면 던전탐험은 한층 쉬워질 것이다.
메이지는 초반의 부실한 마법 데미지와 미스, 그리고 직접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아 파티의 짐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레벨이 상승하고 그에 맞는 마법을 배운다면 명실공히 파티 내의 최고 공격수로 활약 가능하다.
전사, 기사, 팔라딘은 전용무기를 제외하면 왜 구분지어놨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양한 무기와 방어구를 통해 초반부터 종반까지 공수 양면으로 활약하는 클래스이다.
4. 파티 구성원과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퀘스트들
유저 마음대로 구성한 파티원들은 게임에 다양성을 부여할 뿐 아니라 게임 내용에도 변화를 불러온다. 서브 이벤트들은 일정 종족이나 직업의 파티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지고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리고 게임 내 시간은 플레이타임을 표기하는 것 이외에 이벤트 발동 조건이기도 하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거나 발생하는 이벤트와 퀘스트들은 게임에 생동감을 느끼게 하고 유저의 몰입도를 증대시켜줄 것이다.
이외의 부분은 유저 개개인의 차이가 있을거라 생각해 따로 적진않겠다.
그럼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차없이 까이는 이 게임의 븅신스러운 단점들을 꼽아보도록 하자.
1. 수많은 공식, 비공식 패치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버그들
할 말이 없다. 제작사에서 내놓은 최종패치 이 후에도 버그가 존재해 유저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이번에 플레이하면서 겪었던 버그들은 대충 프리스크 잔상 버그, 전투 중 튕기는 버그, 대사 중 스크롤이 지연되는 버그(멈춰버린 줄 알고 강종했었다.), 알렉리스트 마을의 경험치 명성치 꼬마 등이 있다.
출시 이후엔 말도 안 되게 많은 버그들이 있었으니(진행이 힘들 정도로) 게임의 평이 형편없는 것도 이해가 간다.
2. 직업간 불균형
위에서 설명하지 않은 클러릭을 살펴보자. 도대체 왜 있는가 싶을 정도로 적마같은 클래스다. 치료와 해독은 물약을 들고 다니는게 좋을 정도로 효율이 나쁘고 전투중 시전 범위도 붙어야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답답하기 그지없다. 더군다나 성직자기 때문에 날붙이를 못 써 무기 제한도 상당해 근접 전투에서도 힘을 발휘하지 못 한다.
그에 반해 메이지는 라이트닝 계열의 마법이 너무 강력하고 최종 전투 때 기르아르칸의 지팡으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의 밸런스를 몇 단계 낮추는 주범이다.
물론 유저 패치를 하면 어느정도 직업간 불균형이 해소되지만...
3. 믿을 수 없이 후진 그래픽
해상도, 텍스쳐는 동시대 나왔던 서풍의 광시곡이라는 물건을 보면 포가튼 사가가 같은 해에 발매된 게임이 맞는가 의심이 갈 정도다. 너무 후지다...
하지만 전투중 모션은 나쁘지 않은 편. 크리가 터졌을 때나 속성무기로 적을 팼을 때의 타격감은 괜찮다.
4. 이벤트 발생조건
버그로 발동되지 않는 이벤트와 퀘스트를 제외하고 개발자의 취향의 의심되는 부분. 어떤식으로 트리거 설정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정상적인 길목으로 가면 발동되지 않고 의외의 장소에 설치를 해놨다. 퀘스트를 잘 진행하고 있구나 싶었는데 막판에 가서 특정 지역에 가지 않아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았다. A라는 퀘스트를 하려면 a라는 길로 가야 되는데 b라는 길로 가야만 남은 A퀘스트를 끝까지 볼 수 있다. 미친....
5. 안타까운 개그와 대사처리
유치함. 당시엔 손노리식 개그라고 선호하는 유저도 있었지만 조잡하다.
대사도 오타가 많고 깔끔하지 않다. 전문적인 시나리오 라이터가 없었나? 캐릭터의 감정처리에 중요한 대사들이 빈약하기 그지없다. 읽다보면 산통깨는 부분도 있고 집중 안 되는 부분도 있고.
(단점부터 적을 걸 그랬다. 적다보니 븅신같은 점이 더 부각돼 보인다.)
어쨌든 포가튼 사가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찾을 수 있는 게임의 재미가 있기때문에 겉은 번지르르하지만 실행되지 않거나 아예 재미는 찾을 수 없고 그래픽상 버그가 즐비한 천랑열전과 마그나 카르타와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다!
츄라이 츄라이 하며 강요하진 않겠다만 열거해놓은 장점과 앞으로 적어나갈 연재글을 보고 조금이라도 흥미가 생겨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생긴다면 부디 기억해주길 바란다. 버그가 없는 포가튼 사가는 망겜 삼신기가 아닌 나름의 재미가 숨어있는 평타는 쳐주는 작품이라는 것을...
앞으로 삼신기가 언급될 때 포가튼 사가의 이름이 보이지 않길 기원하며 연재를 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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